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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교육의 특징: 저축, 인플레이션 경계, 화폐의 흐름

by qnlwp 님의 블로그 2025. 5. 26.
 

 

일본 경제 교육의 특징

 

최근 우리나라는 고물가와 금리 인상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저출산으로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자녀들의 경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시점입니다.

사실, 우리가 어릴 때 학교에서 배웠던 경제 개념들이 실제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GDP 세계 3위인 일본이 어떤 경제 교육을 통해 국민들의 경제 감각을 키워왔는지 살펴보는 것은 우리 경제 교육의 나아갈 방향에 큰 시사점을 줄 것입니다. 과연 일본은 어떤 교육 방식으로 경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강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인 일본은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경제 교육을 강조하는 것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단순히 경제의 개념 및 이론들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와 경제 원리를 실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는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특히 일본이 겪었던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 경험을 바탕으로, 물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실질적인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의 경제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어릴 때부터 익히는 '저축'의 문화: 돈의 가치를 배우는 첫걸음

일본의 경제 교육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저축'이 무엇인지에 대해 철저히 가르친다는 점입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때부터 매일 용돈의 일부를 저축하도록 하면서, 아이들은 돈을 모으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키우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저금을 하는 것을 넘어, 돈의 가치를 직접 체감하고 충동적인 소비를 자제하는 기초 경제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초등학교 사회과 교육 과정에 '소비와 저축' 개념을 명확히 포함하고 있으며, 용돈 관리와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초등학교에서 '용돈 기입장 쓰기'를 숙제로 내주거나, '나만의 저축 목표 세우기'와 같은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경제 계획을 세우는 연습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일본은 '스스로 번 돈'이라는 의미를 매우 강조합니다. 돈은 노동의 정당한 대가이며, 그 가치를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의미입니다.

 

용돈도 단순히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안일을 돕거나 예의 바른 행동을 했을 때 지급되면서, 그 과정을 통해 노력의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합니다. 가정에서도 물건을 사기 전에 자녀들과 함께 '이 물건이 꼭 필요한 물건인지' 또는 '적절한 소비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자연스럽게 자녀들에게 돈의 가치를 습득하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일본의 높은 가계 저축률을 설명해 준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일본은 저축을 하는 행위가 단지 돈을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고 경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힘을 길러준다는 사실을 이러한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2. '잃어버린 30년'이 남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

1985년 플라자 합의는 일본 경제사에 있어 결정적인 분수령이었습니다. 달러 가치 절하를 목표로 한 이 합의로 인해 엔화는 240엔에서 120엔대로 급등했고, 당시 수출 중심이었던 일본의 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초저금리 정책을 펼쳤으며, 이는 결국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거품을 만들어냈고 1991년 버블이 터지면서 일본은 전례 없는 장기 침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연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0%대에 머물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GDP 성장률 또한 장기간 1% 미만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었습니다.

"내일 더 싸게 살 수 있다면 굳이 오늘 살 필요가 없다"는 소비 심리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했습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강했던 일본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1990년 20%에서 2020년 40%에 육박한 것을 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 침체로 인해 일본 사회 전반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경제교육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일본의 경제교육은 단순히 물가 상승률을 숫자로만 가르치지 않으며 대신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 "10엔이던 빵이 20엔이 되면 생활비는 얼마나 늘어날까?"
  • "소득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가 오르면 어떻게 될까?"
  • "왜 할머니는 항상 세일할 때만 물건을 사실까?"

더 나아가 정부의 통화정책이나 중앙은행의 금리 조정이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교육과정에서 다룹니다.

예를 들어,

"은행 금리가 내려가면 예금 이자는 줄어들지만, 대출은 더 쉬워진다"는 식으로 복잡한 경제 현상을 일상의 언어로 설명합니다.

이러한 교육의 결과, 일본 국민들은 물가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자산 관리나 리스크 대비에 적극적인 경향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현금 및 예금 비중은 50%를 넘어서며, 이는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으로 해석됩니다.

최근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의 상황에서, 물가 변동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와 대응 능력을 키우는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3. 화폐의 흐름을 가르치는 생활 밀착형 교육: 돈의 원리를 체득하다

일본의 경제 교육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교과서로 개념을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경험 중심의 방식이 많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상 상점'을 열어 직접 물건을 사고파는 활동을 하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가격을 어떻게 정할지, 수입과 지출을 어떻게 관리할지 스스로 고민하게 됩니다.

 

단순한 숫자 공부가 아니라, 돈이 어떻게 움직이고,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몸으로 익히는 셈입니다. 이는 동아일보 기사 '경제전쟁, 경제교육이 열쇠다' 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일본의 학교들이 체험형 학습을 통해 아이들의 경제 감각을 키워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동아일보 기사보기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060407/8293088/1

 

또한, 일본의 학교에서는 지역 시장을 탐방하거나, 지역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이나 전자화폐를 직접 사용해보는 기회도 많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왜 같은 과일이라도 가게마다 가격이 다를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시장을 조사하며, 유통 과정이나 생산비, 세금, 노동 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일본은 아직 현금 사용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지폐와 동전의 디자인, 역사, 발행 목적 등에 대한 수업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단순히 돈을 세고 계산하는 능력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화폐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가치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이런 생활 밀착형 경제 교육 덕분에, 일본의 학생들은 경제라는 것이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찍부터 체감하게 됩니다.

이처럼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경제 교육은,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나아가 2022년부터는 고등학교 가정 교과서에 주식 투자와 펀드 등 '자산 형성'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금융 교육의 범위가 더욱 확장되었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단순한 화폐의 흐름을 넘어, 자산을 관리하고 불리는 법까지 배우도록 돕는 일본 경제 교육의 진화된 면모를 보여줍니다. (한국경제 기사보기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80982651)


 

4. 마무리

일본의 경제 교육을 살펴보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아이들이 실제로 체험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느껴집니다. 저축을 생활화하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감각을 키우며, 화폐의 흐름을 이해하는 일본식 교육 방식은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경제가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본의 사례처럼 일상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접근한다면 누구나 실용적인 경제 감각을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의 사례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가정에서는 자녀에게 용돈을 단순히 주는 것이 아니라, 집안일 등 작은 노동의 대가로 지급하며 돈의 가치를 가르치고, 함께 소비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가상 경제 활동'이나 '지역 시장 탐방'과 같은 체험형 교육을 확대하여, 아이들이 경제 원리를 몸으로 체득할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제적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